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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 Review

En attendant un petit rêve

 

 

 

전시디자인의 수업 개요는 “20세기의 전시디자인, 디스플레이 담론을 연구하고 컨템포러리 전시의 맥락을 파악한다. 기획자로서, 또는 공간 연출자로서 전시 콘텐츠를 대중에게 재현할 방법론을 모색”하는 것이다. 2022년 2학기는 주요 텍스트와 도록을 읽고 토론하면서 스테이지 디자인 프로젝트, 특히 SF와 관련된 제안을 하는 것이었다. 크게 4가지 갈래로 준비했는데 우선, 매리 앤 스타니제프스키의 저서 <파워오브디스플레이>를 근간으로 하여, 일찍이 공간연출디자인을 실천한 프레데릭 J. 키슬러, 시각의 장(Field of Vision) 개념을 세운 허버트 바이어, 바우하우스 무대공방을 이끈 오스카 슐레머 등 역사적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두 번째로 무대연출(scenography), 안무(choreography)와 관련된 학습은 마르셀 프레드퐁의 편저 <시노그라퍼 소론>을 통해서 드라마투르기, 시노그래피 개념을 이해하고 Bridget Crone의 글 ‘Curating, Dramatization and the Diagram’을 통해 ‘Dramatization/ method of dramatization’(Deleuze)을 살펴보았다. 사례로는 Anne Teresa De Keersmaeker가 연출한 ‘Work Travail Arbeid’를 통해서 전시로서 안무(the choreography as an exhibition) 개념, 그리고 영국의 디자인 콜렉티브 Squint/Opera의 ‘The Flooded London’ 시리즈로 사변적 시각화라는 개념을 파악했으며 진달래&박우혁의 최근 퍼포먼스 사례를 박우혁 교수의 특강으로 상세히 알게 되었다. 또한 ‘On curating.org’의 ‘Design Exhibited’ 특집호에 실린 Burkhard Meltzer 등이 쓴 논평, 산업디자이너 Konstantin Grcic가 기획한 전시 <Design Real>, <BLACK2>전의 전시 리뷰를 읽으면서 ‘Spatial choreography’ 등 전시의 무대화 경향을 파악했다. 세 번째, SF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각자 다양한 SF 소설, SF 영화를 섭렵했으며 특히 복도훈의 평론집 <SF는 공상하지 않는다>가 길잡이 텍스트가 되었으므로 복도훈 교수의 특강과 토론을 진행했다. 도나 해러웨이의 저서들을 통해서 다층적인 SF 개념(Science Feminism, Speculative Futures,…)도 챙겼다. 끝으로, 몇 가지 참고 문헌을 함께 살펴보았는데 빌렘 플루서의 <몸짓들(Gestures)>, 작가 정지돈의 <스페이스 (논)픽션> 등을 통해서 디자인 외부의 공간 인식에서 영감을 얻고, 나아가 제인 베넷의 <생동하는 물질>, 레비 R. 브라이언트의 <객체들의 민주주의>, 이언 보고스트의 <에일리언 현상학> 등을 통해서 객체지향유물론, 생기론적 유물론, 사변적 철학 개념을 사변적/담론적 디자인(Speculative/Discursive design)과 연결지어보았으며 아르투로 에스코바르의 <플루리버스>를 더해 존재론적 디자인 개념까지 훑어보았다. 쿠마 켄고의 특강, 리움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의 전시 관람 등 몇 차례 현장수업도 진행했다. 이 모든 것의 결과가 이번 전시에 녹아있다는 뜻은 아니다. 대학원에서 한 학기 수업으로 소화하기란 불가능할 뿐 아니라 학생들의 관심사가 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이 전시는 전시디자인이라는 활동이 미술관 전시를 공간에서 구현해내는 프랙티스일 뿐 아니라 포괄적인 디자인 활동에서 참조할 실험 방식일 수 있다는 것을 (약간) 맛본 학생들의 학습 부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교수의 역량은 미미하되, 랑시에르가 쓴 <무지한 스승>의 선례를 떠올리면서 ‘부산물’임에도 창작자들의 내공이 잘 드러난 결과물이라 믿는다.

 

<전시 평문_  김상규 서울과학기술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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