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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다음 버전은 무엇일까



얼마전 아는 동생과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요 이야기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더 새롭게 진화할 수 있을까 하는 것.

지금까지의 UD의 발전 과정을 보면, 처음엔 Barrier free, 즉 무장애 환경을 만드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았었다. 그리고 장애물을 없앤다는 것은 장애인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턱의 경계를 낮추고, 계단 대신 경사로를 만드는 작업들을 하였다.

그 뒤에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등 체계적으로 UD가 연구 되고 기법이 만들어 지면서, 차별이 없는 환경을 만드는데 노력을 하였다. 즉, 장애인이 편한 환경을 별도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리고 점점 유니버설디자인은 대상을 넓혔다. 장애인, 비장애인이 아닌, 여성, 노인, 아이, 왼손잡이, 눈이 나쁜 사람, 키가작은 사람 등등.. 약자 혹은 소수의 사람들을 모두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론으로 발전하였다. 말 그대로 Universal 단어의 의미를 점점 실현시켜 나갔다.





그동안 유니버설 디자인은 겉으로 보이는 차이점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였다.



적용 대상이 점점 넓어지면서 최근에는 사람이 아닌 동물복지와 함께 사람 외에도 사람과 더불어 사는 반려동물들을 수용할 수 있는 노력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이후의 유니버설디자인은 어떻게 확장 할 것인가. 몇년 전부터 이슈가 되고 있는 서비스디자인이 일부 유니버설 디자인의 방법론을 차용하거나 발전시켜서 활용하고 있지만, 어쨌건 서비스 디자인은 '문제해결'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UD와는 다른 분야라고 해도 될 것이다.


이미 장애인을 비롯한 약자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연구 되었고, 우리는 이미 어떻게 하면 되는 지를 알고 있다. 단순히 길을 평탄화 하거나폭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수치적으로 어느 정도가 쾌적한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 혹시 모르고 있다면 해보고 해결 방법론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예전에는 특별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 지금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야기를 하면서 떠오른 것은 바로 정신적, 심리적 약자들.

몇년 전 내 친구 중에도 공황장애를 겪은 친구가 있었다. 사실 공황장애라는 단어를 우리가 흔하게 접하게 된 것도 몇 년이 되지 않는다. 그 친구는  사람이 많은 지하철을 타거나, 좁은 공간에 있을 때 심한 증상을 겪는다고 하였다. 즉. 어찌보면 심리적, 정신적 병일 수도 있지만, 그 고통의 원인은 물리적 환경에 의해서 온다는 것. 


물리적 약자. 휠체어 이용자나, 노인, 신체적으로 일부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은 이미 여러가지 연구를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리고 계속  진행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심리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Universal design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유니버설 디자인의 다음 버전은 심리적 약자를 포용해야 할 것이다. 



현대사회가 발전하면서 심리적, 정신적 약자들은 분명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겉모습은 잘 구별되지 않는다. 오히려 물리적 약자들은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뚜렷하기 때문에 물리적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다. 물론 물리적 약자들에 대해 그만 연구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이 있다. 하지만 유니버설 디자인의 본질적인 속성- 누구나 다 포용해야한다는것-만으로도 물리적 약자들을 포함해서 심리적 약자를 위한 연구도 필요할 것이다. 그런 연구가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의 다음버전이 아닐까.


심리적인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디자인.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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