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1. 얼마전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
뒤에 앉은 후보가 열심히 자기가 디자인한 시설물의 구조도를 그리고 있더라. 그런데 구조도 이미지에 ANGKA라고 적혀있는 걸 보았다. 응? ANGKA? ANGKA가 뭐지?
"야, ANGKA가 뭐야? 혹시 앙카 말하는거야?"
"네 앙카요."
헐....여기서 말하는 앙카는 시설물을 설치할 때 벽이나 바닥에 못같은 걸 고정 시키기 위한 자재를 말한다.
"야 앙카를 무슨 발음 나는대로 그렇게 써?"
"어 맞는데요, 여기 앙카 파는 업체 사이트 주소도 이렇게 되어 있어요. (http://www.multiangka.com/)"
"야이씨.... 앙카가 아니라 앵커겠지..."
앙카는 영어로 'anchor'다. 정확한 발음은 '앵커'다. 그러나 보통 시공현장에서는 아직까지 앙카니, 앙카볼트니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앙카가 anchor인지를 우리 실장님이나 다른 팀장들도 모르고 있더라...;; (anchor가 좀 쉬운 편의 영단어 아닌가..;;)
<Case 2. 얼마전 새로 제정된 '공공디자인 진흥의 관한 법률' >
공공디자인 진흥의 관한 법률 제2조(정의) 3항 다. 를 보면,
"다. 벤치, 가로 판매대, 파고라 등 편의시설물"
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이 중 '파고라'라는 단어가 있다. 일반적으로 지붕이 있는, 정자와 비슷한 형태의 휴게 시설을 말한다. 이'파고라'도 이쪽 업계에서 흔하게 쓰이는 단어이다. 예전에 어디선가 공공디자인 관련문서에서 발음 그대로 Pagola라고 적은 걸 본 적이 있는데, '파고라'의 원래 영어 표기는 Pergola이다.
그것보다도 난 우리나라 법률에서 Pergola를 국문으로 '파고라'라고 표기한 것에 대해 탄식이 나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파고라'는 pergola의 '일본식'발음으로, 왜래어 표기법에 맞게 하려면 '퍼걸러'라고 표기해야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법률에 왜래어표기법을 무시한 건 둘째치고라도 일본식 발음의 용어를 그대로 쓴 것은 너무 한 것 아닌가. (그래서 국회 사이트에 이 사실을 민원제기 했는데, 민원으로 해결되는 게 맞는지 모르겠음..)
디자인 쪽의 일을 하다 보면 아직도 용어 정리가 안된 부분이 참 많다. 특히 편집 디자인은 더 심하다.(도무송..누끼..보까시 등등..)
예전 회사에서 거래하던 업체 중에 '현대후렘'이라는 데가 있었는데 난 그 후렘이라는 단어가 뭘 의미하는 지 몰랐다. 나중에서야 알게되었는데, 후렘이 프레임(frame)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먹었었다. 지금도 가끔 지나가다가 보면 00후렘 하는 간판들이 아직도 보인다.
주로 간판을 제작하거나 경량 철제 구조물을 만드는 업체라고 보면된다.
디자이너들이 특히 많이 쓰이는 단어가 있다. 바로 Concept.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나 학생들은 제안서나 문서를 작성할 때 '컨셉'이라고 적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사실 '콘셉트'가 맞는 표기이다. 나도 사실 '컨셉'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지만, 관공서나 국가기관에 사용되는 문서는 '콘셉트'라고 표기한다. 왜냐면 내가 작업을 하는거긴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국가 기관에서 발행되는 문서이고, 최소한 그런문서는 표준어를 사용해야 할테니까. (그러고 보니 서울을 비롯해서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발행된 디자인가이드라인에서 파고라가 들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다른 것으로 콘텐츠(contents)도 있을 것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컨텐츠라고 적고 있겠지.
사실 이런 용어, 특히 외래어 표기에 대한 의견은 갈리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많이 쓰고 익숙한 걸로 표준어를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과, 정해놓은 표기법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의견.
무엇이 됐든, 특히 디자인 쪽의 용어들은 여러가지들이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일본어 잔재나 발음으로 쓰이는 것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데, 최소한 그런 것들은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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