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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딜릴리에 나타난 미장센 해석 - 이동 수단을 중심으로-

 

( 그림 1)

1. 소개

파리의 딜릴리’(그림1)는 벨에포크 시대의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프랑스 애니메이션 거장 미셸 오슬로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서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기 위해 그 시대의 장소(그림2) 및 실존 인물을 등장시킨다. 특히 파리의 유서 깊은 장소들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서 등장인물들이 각 장소들로 이동을 해야하는데, ‘파리의 딜릴리에서는 장소의 물리적인 거리를 극복하기 위해 빠른 이동을 하게 해주는 다양한 이동 수단이 등장한다.

 

이 글에서는 장소와 연계된 시퀀스들을 이야기의 흐름에 맞게 연결하기 위해 어떤 이동수단들이 활용되었는지 살펴보고 작품에서 활용된 상징과의 관계성을 통해 작품의 전체 주제 의식을 유추하고자 한다.

 

그림2. ‘파리의 딜릴리‘ 배경 中 (물랑루즈,에펠탑)

 

2. 상징 해석

2.1 파리의 딜릴리의 미장센

그림4

이 작품에 가장 큰 비중의 상징적 요소는 파란색과 노란색의 대비이다. 이는 딜릴리와 오렐의 첫 만남(그림4)에서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작품은 파란색 옷을 입은 오렐과 노란색의 딜릴리의 배경으로 노란색의 꽃과  파란색의 꽃이 배치되어 각각의 인물들을 대비시킨다. (그림4)   이 장면에서는 노란색과 파란색의 속성이 형태적으로 나타나는데, 파란색의 꽃은 직각의 문과 함께 있으며, 노란색의 꽃은 곡선의 이미지와 함께 배치 되어있다.

이 작품에서는 파란색과 직선의 형태, 노란색과 곡선의 형태가 유사한 속성을 가지는 규칙을 가진다. 이 각각의 대비는 인간의 이성과 감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노란색과 곡선의 이미지는 감성을, 파란색과 직선의 이미지는 이성을 나타낸다. 이 대비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인물과 사물, 환경을 통해 각각의 속성을 드러낸다.(표1)

 

  이성 감성
파란색 노란색
형태 직선 곡선
인물 오렐 / 마리퀴리 /경찰 딜릴리 / 사라 베르나르 / 로트렉 / (아이리시아메리카 바)댄서
엠마 칼베
환경 사각의 문, 창문 등 아치, 아치의 문 등
사물 (오렐의)자전거 (엠마칼베)자동차, 오리 보트

표1

*주요 상징들이 등장하는 장면들의 예시

 

2.2 ‘이성감성의 관계

 

이 작품은 미장센을 통해 이성감성의 관계에 따라 극의 전개를 암시한다. 이성 단독, 혹은 이성과 이성이 만났을 경우나 감성 단독 또는 감성과 감성만 만났을 경우 등 유사한 속성이 중첩될 경우 문제가 발생하는 반면(그림5), 이성과 감성의 상징이 한 장면에 표현될 경우 문제가 해결되거나 (그림6) 수평적 이동에서 수직적 이동으로 변화 하는 등의 극적인 전환이 일어난다.

즉 감독은 이성과 감성이 공존하고 조화로운 것이 이상적인 것임을 미장센을 통해 전달한다.

 

그림5.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의 상징
그림6.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의 상징

 

2.3 위협 요소의 상징

반면, 붉은색은 위협적인 요소의 알레고리이다, 작중 광견병 걸린 개가 붉은 색으로 표현된다. 마스터맨이 입은 복장은 보라색 복식으로 이것은 붉은 색과 파란색의 혼합이며, 일그러진 직선의 구조물 안에 갇혀있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림7)

그림7. 붉은색의 개 / 붉은색 책에 가려진 마스터맨 일당 / 마스터맨 두목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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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장센으로서 이동 수단

3.1 이동 수단의 종류

파리의 딜릴리에서는 다양한 이동 수단이 등장한다. 작품에서 이동수단은 배경이 되는 펠에포크 시대의 파리의 여러 장소를 이동하거나 주요 인물들을 만나게 하는 매개체이다. 이동 수단은 작품의 상징들과 결합하며 또 다른 알레고리를 형성하고 극을 전개 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주요 이동 수단은 다음과 같다. (2)

 

표2. 작품에 등장하는 이동수단

3.2 다리의 상징적 의미

파리의 딜릴리는 사람과 짐승의 구분으로서 다리의 개수를 상징한다. 작품에서 두 다리는 네 발로 상징되는 짐승과 구별되는 인간을 상징함과 동시에 인간만이 가지는 이성과 감성으로 할 수 있는 의지와 행동의 수단을 의미한다. 특히 주인공 딜릴리가 로트렉과의 만남에서 다리를 강조한 그림을 클로즈업함로서 작품에서 다리의 의미를 강조한다. (그림8)

작품의 시작하는 장면에서 원주민 연기자들은 다리를 드러내지만 그것을 관람하는 비인도적인 사람들은 다리를 감추며 등장하는 시퀀스는 이 작품에서 다리의 상징성을 나타낸다. (그림9) 마찬가지로 작품의 후반부 주인공 일행이 여자 아이들을 구출해낸 시퀀스에서는 행동하지 않고 연회를 즐기는 사람들도 다리를 드러내지 않는 연출을 보인다. (그림10) 또한 두 다리는 수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특징을 보여준다. (그림11)

 

3.3 네 발의 상징적 의미

네 발은 인간과 구별되는 짐승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짐승은 단순히 인간과 구별되는 동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사람보다 열등한 존재로서의 짐승을 의미하며 이는 초반부 광견병 걸린 개로 상징된다. 따라서 작중에서 악당의 역할인 마스터맨이 여성들을 네 발이라고 칭하는 것은 여성을 짐승에 빗대어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폄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감독은 역으로 작품의 중간에 마스터맨및 그 일당이 네 발로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그림12) 정작 짐승으로 비유되는 열등한 개체가 마스터맨과 그 일당임을 알려준다. 극의 초반 오렐이 광견병 개를 발로 차는 장면과 극의 후반 마스터맨 일당을 발로 차는 장면을 같은 구도로 표현하여(그림13) 그 둘이 같은 존재임을 암시하며, 극의 후반부 마스터맨은 본인 스스로 걷지 못해 본인의 네 발이라고 일컫는 여성들 네 명에게 의존한다.(그림14)

 

 

3.4 자전거의 상징적 의미

자전거는 작품의 전반부까지 중요한 이동 수단으로 나타난다. 자전거는 페달로 움직이며 한 다리로는 움직일 수 없는 두 다리가 원동력인 이동 수단으로서, 인간의 의지와 행동력을 발현시키는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오렐의 자전거는 다양한 지표면의 형태를 이동할 수 있는데 직선과 파란색의 이성적 이미지를 가진 오렐의 자전거가 감성을 상징하는 딜릴리와 로트렉을 만났을 때는 계단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수직이동)(그림15)

 

그림15

3.5 마차의 상징적 의미

마차는 주로 신분이 있는 인물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등장한다. (그림16,17) 마차는 큰 바퀴가 있다는 점에서 자전거와 유사해 보이나 페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큰 차이점이 있다. , 동력원이 두 다리가 아닌 네 발(짐승)을 동력원으로 의존하는 이동 수단이다. 작중에서는 이 동력원(=짐승)이 이탈 했을 경우 아무 쓸모 없는 존재임을 보인다. (그림18)

 

3.6 자동차의 상징적 의미

자동차는 동력원이 두 다리도 아니며 네 발도 아니다. 따라서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은 본 작품의 주제와 연관이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발이 아닌 손이 있어야 조작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이다. , 인간의 두 손은 앞다리가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도구로 나타난다. (그림19) 또한, 작품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마주보며 앉는 자동차는 평등을 상징한다.(그림20)

인간의 두 손을 의미하는 것은 자동차와 같이 엔진으로 움직이는 엠마 칼베의 오리 배도 마찬가지이며, 손으로 조작하는 장면을 클로즈업하여 이를 강조한다. (그림21)

3.7 배의 상징적 의미

딜릴리는 배가 미셸 백작 부인으로 부터 배에서 발견되어 교육 받으며,(그림22) 마스터맨에게 납치되었을 때는 엠마 칼베의 배로 구출된다.(그림23) 또한 배의 형상을 한 작품의 후반부 비행선은 모든 납치된 어린아이들을 구출하는 방주의 형상으로 등장한다.(그림24) 즉 이 작품에의 배의 역할은 구조와 구원의 상징으로 묘사된다고 할 수 있다.

 

 

 

 

 

4. 분석

4.1 이동 수단 간의 관계

4.2 이동 수단을 통해 본 주인공의 성장 과정 및 주제

종합적으로 이 작품은 실천하고 행동하는 인간 또는 여성을 인간의 다리로 상징하되, 이동 수단을 통해 설득한다.

작품의 전체 이야기 전개를 보면 주인공 딜릴리의 성장 과정이 작품의 주제와 결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역시 이동 수단을 상징적으로 사용한다.

 

그림29

 

5. 결론

파리의 딜릴리는 시대적 배경을 표현하는 방법 중에 하나로 실존하는 장소들을 활용하였으며 이 장소들은 공간의 특성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하는 배경으로서 기능을 한다. 그러나 실존하는 랜드마크나 건축물을 활용했기 때문에 이야기의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거리를 단축시킬 수 있는 장치로서 이동 수단이 필요하며 이 작품에서는 공간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이동 수단을 등장시켰다.

그러나 이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탈 것들은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닌 상징들과 함께 작품의 전개에 따라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는 도구로써 활용되었다.

 

첫째, 감독이 주장하는 상반된 이미지를 담는 미장센이다.

둘째, 작품의 중요한 상징인 다리의 속성을 설명하고 부각되게 해주는 매체로 활용된다.

셋째, 주인공의 성장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파리의 딜릴리는 방법으로 관습적인 기존의 애니메이션 틀에서 벗어난 독특한 표현 방식으로 감독 고유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다양한 미장센을 활용한 알레고리가 내재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
  • 김영옥 외, “애니메이션 <파리의 딜릴리>에 나타난 디지털 이미지 미학”, 2020, 만화애니메이션연구,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 금보상, “애니매이션, 실사영화, 디지털영화의 프레임과 미장센 특성 비교 연구”, 2007, 만화애니메이션연구,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 김일태 외, “반딧불의 묘 원작에 대한 애니메이션 연출의 상징성 표현 연구”, 2005,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
  • 곽은주, “파리의 딜릴리( Dilili à Paris ) .... 아름다운 시절의 빛과 그리고 그림자”, 2019, 한국뉴스투데이http://www.koreanews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890
  • https://yoochan75.tistory.com/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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